신스틸러호텔 셰프, 텃밭 농부되다! 르끌로조 권오진

2022-07-27

자연 재료의 소중함 깨닫고 시작한 농사

직접 기른 작물로 매일 다른 비건요리 선보여

비건, 어렵지 않아요… 하나씩 시작하세요!


Q1.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연을 사랑하는 친환경 셰프, 권오진입니다. ‘작은 텃밭’이라는 뜻의 농장, 르끌로조의 주인으로서 비건, 자연주의 요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문화센터에서 친환경 요리 강연을 하고 가끔씩 농부시장 마르쉐에 참가하여 제가 직접 키운 작물로 만든 바질페스토, 후무스 등의 식재료와 비건 요리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지난 22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농부시장 마르쉐'


문전성시를 이루는 르끌로조 시식코너


쉴틈없지만 밝은 모습의 권오진 셰프


Q2. 유명 호텔에서 오랜 기간 셰프로서 요리해오셨는데요! 친환경 요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식재료에 대한 감사함이 커지면서 점점 친환경, 비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요리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면서 요리 방법 역시 바꾸게 됐구요.


호텔에서 일하며 아쉬웠던 것은 ‘재료의 맛’보다는 ‘양념의 맛’을 더 찾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양념은 공장의 것이고 재료는 자연의 것인데 말이죠. 


공장의 양념으로 쉽게 조리한 음식보다 자연의 재료를 온전하게 활용해 간단히 만든 음식이 좋은 음식이라 생각했기에 친환경, 비건 요리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Q3.  귀농을 하신 이유도 관점의 변화 때문일까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완전한 귀농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서울의 집과 충주 농장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구요. 책에 있는 지식보다 몸으로 직접 느낀 경험, 산지식이 곧 나만의 책이 된다고 믿기에 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식재료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했거든요. 


내가 직접 키우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보고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수분, 영양분은 어떻게 유지하는지. 또 그렇게 길러낸 재료들을 어떻게 요리해야할지… 고민할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양파라는 재료 하나만 봐도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그 맛과 특성이 다 다르거든요.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요리의 갈래가 다양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양파는 맵고 알싸한 맛’이라고만 알고 있잖아요. 그러면 할 수 있는 요리도 상대적으로 한정적이어지겠죠.


자연이 선물한 재료의 자연스런 변화를 몸소 느껴보고 싶었어요.


겨울양파로 만든 프랑스 전통 어니언 스프 ⓒ권오진


Q4. 귀농 후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만족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만족을 하기 위해 뭔가 하는 건 욕심인 거죠.  하루를 시작하려 눈을 떴을 때 어디론가 갈 수 있다면 그게 곧 행복입니다. 농장에 가면 제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연구하고 재배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Q5. 생활하다보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환경 요리,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렵게 접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재료가 아니어도 관계없어요. 농약 쓴 재료면 잘 씻어서 활용하시고요. 우리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최대한 원래의 모양을 유지해서, 적당히 잘라 익혀 먹으면 자연의 음식 그자체인 겁니다.


당근을 한 번 볼까요? 당근 한 개를 그냥 먹으면 양이 어느 정도 돼요. 그런데 우리는 좀 더 맛있게 먹으려고 주스를 만들어 먹죠? 그때 당근을 5개는 써야 웬만한 양의 주스가 나와요. 안 먹어도 될 양을 더 먹게 되는 거죠. 재료도 전기도 노동력도 더 쓰게 되는 거고요.


간단하고 쉽게 시작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시도하면 충분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르끌로조에서 수확한 허브 '오레가노' ⓒ권오진


Q6.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 방송… 시공간 가리지 않고 강의에도 힘쓰고 계십니다. 농업 ·요리연구와 병행하기에 무리는 없나요?


힘들지 않다면 다 거짓말이겠죠? (웃음)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 하는 일들 중 안 힘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일들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힘든 노동이 될 수도, 즐거운 취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게 되면 성과가 나와야 하니까 그것에 집착하고 스트레스 받게 되죠. 그러나 취미는 10개를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마냥 할 수 있거든요. 즐기면 참 재미있어요. 저는 빽빽히 스케줄 짜는 것을 지양해요. 내가 일어나자 뭘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쉬우니까요.


일어나자마자 하고 싶은 걸 하면 돼요. 순서를 정해 놓고 그걸 다 해내겠다 생각하기보다 하고 싶은 걸 자연스럽게 하면 됩니다. 인스타그램에 제가 만든 요리를 공유하기도 하는데요. 계획해둔 레시피로 만든 요리가 아닌, 그날 그날 즉흥적으로 떠오른 비건 요리들을 만들고 나누고 있습니다. 


비건요리 클래스에서 ⓒ권오진


Q7. 나는 요즘 ○○에 꽂혔다!


세미나, 강연에 참여하여 비건과 베지테리언의 차이점 등 대중에겐 아직 생소한 비건 관련 개념들을 알려드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해석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간단히 설명드리면, 베지테리언은 채식을 하는 개인을 말하는 것이고요. 비건은 환경까지 생각해서 식사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도 자연의 순리에 맞춰가는 것을 말해요.


이렇게 말로만 설명드리면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래서 강연, 시장 등 직접 비건 요리를 만들고 맛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 시간나실 때 한번쯤 편한 마음으로 들러주십시오!


Q8. 마지막으로 귀농을 고민하는 신중년, 청년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본인이 농사를 하고자 하는 그 현장에 직접 가보되 되도록 1년 이상 살아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달라지는 공기와 일조량을 몸소 느끼셔야 합니다. 그 기간동안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은 당연하고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같은 채소여도 계절이 달라지면 그맛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식당 가면 “여기 음식 맛이 달라졌는데?” 라는 말 자주 하잖아요?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식재료에 따라 음식맛은 바뀔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최소 1년 동안 내가 키우고자 하는 작물의 변화를 세세히 지켜봐야 하는 겁니다. 계절별, 일별 달라진 맛들을 꼼꼼히 기록해두고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자연이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자연에 녹아든다 내가 자연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이 키운 작물을 받으려고만 하는 욕심보단 내가 자연에게 무얼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해보시길 바랍니다!





자연에서 자란 채소처럼

신선한 이야기로 발상의 전환을 선물해주신

권오진 셰프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written by PYO



* 일부 사진 제공 : 권오진 셰프 인스타그램

권오진 셰프 인스타그램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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