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고인물' 거부하는 X세대 귀농기 - 박문용 농부

2022-07-27

청년기부터 끊임없는 ‘삶’에 대한 고민

시행착오 많았던 농사 적응 과정

귀농 준비, 최소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진도표고버섯농장 박문용 대표 ⓒ박문용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17년 3월 고향인 전라남도 진도로 귀농한 박문용 농부입니다. 현재 진도표고버섯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에서는 표고버섯을,  시설 비닐하우스에서는 고추와 미니 밤호박을, 그리고 노지에서는 들깨와 서리태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Q2. 귀농을 결심한 계기…?


1990년부터 서울 살이를 시작했어요. 귀농하기 전까지, 27년간 식료품업계 등 여러 곳에서 사회생활을 했는데요. 실제로 만족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사회 초년생일 때를 제외하곤 업무에 흥미가 떨어졌거든요.

 

초년생 때는 새로운 걸 배우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는데 관리자로 승진하면서부터 성취감은 떨어지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만 늘더라고요.


나이 50이 넘어가면서부터 일할 수 있는 곳들도 하나둘씩 없어지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내가 왜 서울에서 이러고 있나. 지금 뭐 하고 있나.’ 더 깊게는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끝없이 답없는 질문을 던지다, 결국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최선이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아내와 긴 시간 상의 끝에 자금을 모아 지금 있는 진도로 내려오게 됐고요.


아내의 배려가 있었기에 빠르게 결심할 수 있었어요. 아내는 서울에서 가정을 돌보고 직장생활도 이어나갔으니까요. 귀농을 시작하고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진도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Q3.  '직장생활 vs. 농사' 극명히 다른 일인데요! 둘 다 해보시고 느낀 점이 있을까요?


직장생활은 보통 그렇잖아요. 시간이 가면 월급은 나와요.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말이죠. 많은 분들이 그런 삶에 익숙해져선지 다른 분야를 생각할 때 조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직장인일 때도 그랬거든요.  


‘나중에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 


사실 정말 그런 얘기들 쉽게, 많이 하잖아요. 농사를 진짜 만만하게 본 거죠. 직접 해보고나서야 농사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직장 생활하며 하던 방식을 접목해보려고 여러 가지 농작물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수익성도 높고 위험도도 낮은, 자기주도적으로 판매 가능한 품목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데이터가 없어요.


현재 우리나라 농부님들의 소비자 직거래 농산물 유통 시스템을 보면 개인이 SNS 만들어서 소비자들하고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판매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즉 입소문으로 판매하다 보니까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거예요.


그중에 나온 농촌 관련 부서에 제공하는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을 해봤는데 쉽지가 않았거든요. 


그래서 농작할 품목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어떤 걸 해야 될지 고민하고, 그 품목을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처음엔 귀농왔던 2017년. 그 해는 제 농사는 안 하고 집에서 아버님이 하는 것만 도와드리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첫 해는 제 걸 아무것도 못 했어요. 


지형 역시 변수였습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지형마다 특징이 달라요. 산 밑 밭, 평원에 있는 밭, 일반 밭 토질이 다 다르고요. 비닐하우스 시설 재배는 밭과 또다른 세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지역 농부의 농작법을 마냥 따라할 수도 없어요. 중·남부 지역마다, 도시 근교냐 산골이냐에 따라 다 밭의 특성이 달라요. 좋은 방법이 있어도 그대로 벤치마킹을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만큼 회사생활보다 나만의 노하우가 절실하게 필요하고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농사입니다. 결코 ‘농사나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분야인 거죠. 


박문용대표가 기른 고추모종 ⓒ박문용 대표



Q4. 버섯, 미니호박, 고추 등 현재 작물에 집중하시기까지 여러 시도를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작물이 있을까요?


단연 고추입니다. 고추는 모종 키우는 시간만 80일 이상이 걸립니다. 1월 초부터 시작해서 2월 말, 3월 초까지. 그러니까 씨를 뿌리기도 전에 세 달이 소요되는 거죠.


키운 모종은 3월 말 ~ 4월 중순 사이 밭에 심을 수 있고 7월 중순 ~ 9월 사이 수확이 가능합니다. 고추 한 작물을 키우는데만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관리도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줄로 묶으면서 유인해가는 과정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요. 또 다른 작물에 비해 병충해도 많아요. 그럼 농약도 많이 써야하죠. 그걸 또 따서 씻고 말리고 하는 과정까지…


저는 고추농사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더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제가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해에 고추로 수익을 많이 얻었어요. 백방으로 정보 얻으러 다니면서 그 어떤 작물보다 신경을 많이 써서 키워냈습니다.


그땐 ‘역시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안일했던 거죠. 주식해서 돈 한 번 벌면 부자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다음해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해봤는데요. 첫 해처럼 풍작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같은 지역이고 같은 땅인데도 말이죠.


사실 첫 해는 4개월 동안 고추 비닐하우스에 살다시피 했거든요. 그 다음해는 좀 익숙해져서 그만큼의 정성을 쏟진 않았던 것 같아요. 선배들 말씀 들으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결속한 고추 모종, 결실을 맺다! ⓒ박문용


Q5. 1년 내내 쉴틈없는 농작, 이 계절이 가장 까다롭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시기요!


그때는 농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모종 기르기를 해야 하거든요. 농업계에서는 ‘잘 키운 모종이 농사의 절반이다’고들 얘기해요. 그만큼 모종이 중요하구요.


모종 기르는 일을 보통 겨울에 시작하는데 이때가 밤낮으로 기온 차가 가장 심할 때입니다. 매일 온도 습도를 맞춰주고 물 주고 해야 되는데 그 시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뜰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들죠.


모종을 잘못 키우면 농사를 시작조차 할 수 없어요. ‘겨울은 모종을 길러야 하기에 농사하기 어려운 계절’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6.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집 앞에 바로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출근 시간은 5분도 안 되지만 농사를 시작하고 5년 동안 여가 시간은 거의 없었어요.


올해부터는 아내가 와주어서 일손을 조금 덜 수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여가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낚시도 좀 해보고 싶고 전에 했던 골프나 탁구도 좀 해보고 싶은데요.


사실 아직까진 그저 꿈일 뿐입니다. (웃음) 


일하는 틈틈이 유튜브, 블로그 등 농사기록에 매진한 박문용 대표. 쉴틈은 없었다.



Q7. 귀농을 꿈꾸는 '50+'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귀농 전에 최소한 1년 정도는 농촌 경험을 직접적으로 해보시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연세로 사시면서 농장 체험을 하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이고 귀농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실거예요.


50대가 되면, 특히 중반 이후로는 체력이 하루하루 다르다는 것도 감안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꾸준한 건강관리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어떤 작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해보시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이때 정부의 귀농 지원 제도를 잘 찾아보시고 활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단 농작을 지원해주는 농작물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농사의 기본은 땅입니다. 살 집보다 농기계 창고가 더 중요하고요. 집이 20평이면 창고는 100평이 있어야 돼요. 농기구를 둘 창고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지으니까요. 농기구를 밖에 놔두면 쉽게 녹슬어요. 처음에 왔을 때 창고 없이 지내면서 농기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정신이 없었어요. 정리가 안되니까 샀던 기계를 또 사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고요.


농사 짓고 있는 선배들이 하는 얘기가 뭐냐면 3년째에 자신감이 무너지는 때가 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올해가 풍년이어도 내년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변수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귀농 준비 중이신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정성들여 키운 농작물로

식탁의 기쁨을 선사해주시는

박문용 농부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바른 삶, 바른 먹거리에 대한 고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written by PYO

사진 제공 박문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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