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농업, 뷰티, 모델… 전방위 멀티플레이어
- 쉽지 않았던 청년기, 인내 끝에 맺은 가지각색 열매들
- 가지고 있는 재능 아낌없이 드러내세요!
김순라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 대표 ⓒ김순라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N잡러’ 김순라입니다. 현재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을 운영하며 뷰티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농산물 유통업에도 종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시니어모델까지 도전을 했지요. :)
작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려 하지 않다보니 많은 일들을 이뤄내게 되었는데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제 재능을 조금이라도 허투로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서 제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제 긍정적 에너지가 많은 분에게 닿길 바랍니다.
Q. 어느날 갑자기 ‘N잡러’가 된 건 아닐 것 같아요. 특별한 배경이 있었나요?
저는 굉장히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이셨고 제가 교사가 되어 바른 길만 가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열망이 늘 자리하고 있었어요. 대학 진학 직전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본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델 제의를 받기도 했었고요.
그래도 가족들의 뜻을 아예 꺾을 순 없어 제 적성을 최대한 살려 체대에 입학했습니다. 교직이수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공부를 할수록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빨리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그래서 스포츠센터에 취직해 댄스, 수영 등 사회체육을 가르치는 일을 졸업 전에 일찍이 시작했어요.
스포츠 강사로 활약했던 20대 시절 ⓒ김순라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보람차고 즐거웠는데 내가 사장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는 어렸지만 포부가 좀 컸었죠. 그런 제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한 분이 제게 투자 제안을 하셨어요. 그 당시에도 정말 큰돈이었는데 별 다른 조건없이 지원을 해주신 거예요.
흔치 않은 기회죠. 감사한 마음으로 센터를 열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수강생 분들도 제 수업을 좋아해주셨고 단골들이 생겼죠. 그땐 정말 ‘내가 제일 잘나가’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2년을 하고 나니까 제 센터 앞에 대형 스포츠센터가 생기더라고요. 파격적인 회원가와 서비스를 내세우니까 당해낼 여력이 없었죠.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저를 도와주셨던 분, 단골,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죄송한 마음에 그저 주저앉을 순 없었습니다. 프리랜서 스포츠 강사로 전향을 하고 다른 센터들에서 일을 했죠. 그렇게 다시 재기에 성공하려던 차,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임신한 스포츠 강사를 반기는 곳은 없었어요.
Q. 제동을 걸어야만 하는 시기가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제 인생 중 30대는 가장 걱정이 많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단지 결혼과 출산 때문에 하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답답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한 지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잠시 경리 업무를 봐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거절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포츠 교육이 제 천직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마냥 좋아하는 일만 좇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당장 남편의 수익만으로 양육비, 생활비를 감당하려고 하니 빠듯했던 거죠.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농산물 유통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생애 두 번째 직업, ‘농업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됐어요.
막상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야 할 요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결국 직접 재배까지 하게 됐습니다. 당시엔 흔치 않았던 어린잎채소와 새싹 재배에 도전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전업’에 대한 인식이 그리 갖춰있지 않을 때라 주위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은 것과 달리, 자리를 잘 잡은 거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닥쳤습니다. 농사짓던 작물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어요. 2002년, 태풍 ‘루사’가 부산을 강타하면서 모든 것을 쓸어버렸거든요. 정말 아찔했습니다. 계약 공급건까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피해액 뿐만 아니라 배상해야 할 금액도 어마어마했죠.
농업에 종사하면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였어요. 어렵게 복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데 바로 다음해 태풍 ‘매미’가 찾아왔습니다. 하우스가 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그땐 정말 “다 내려놓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복원된 하우스 ⓒ김순라
Q. 정말 다사다난한 청년기를 보내셨는데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현재 '프로N잡러'가 된 비결이 있을까요?
긍정적인 사고를 놓지 않았어요. 식상한가요. 그렇게 느끼시는 게 당연할 겁니다. 저 역시도 연이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땐 정말 아무 힘이 나지 않았거든요. 친한 친구에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네 주변에 있는, 너를 위해 열심히 일 한 사람들을 생각해봐”
정신이 퍼뜩 났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니 마냥 손놓고 있을 수가 없던 거죠. 엉망이 된 농장, 하우스를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였어요. 관할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공무원, 해양경찰 등 인력지원이 되어 농장을 복구하고, 그후 농협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또 쓰러질 순 없다는 마음으로요.
대형마트나 호텔 등 거래처를 확보하며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 갔습니다. 웰빙 열풍이 불면서 어린잎채소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고요. 마침내 농업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거죠.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 다 놔버렸다면 지금의 저는 결코 없었겠죠. 무엇보다 제 곁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20대에 첫 스포츠센터를 차릴 때도, 농업인으로서 시작할 때도 좌절할 때도 소중한 사람들이 제 멘탈을 잘 잡아주었기에 긍정적 사고가 가능했던 겁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생활이 안정되고 ‘화려한 중년’을 맞이하던 차, 코로나가 들이닥쳤어요. 자영업, 사업하시는 분들.. 모두가 힘든 시기였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거래처들의 주문이 뚝 끊겼거든요. 그렇지만 좌절하기 보다 주위를 둘러봤어요.
예기치 못한 팬데믹에도 생업을 잃지 않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만의 기술’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기술은 무엇일까’ 천천히 고민해봤죠. 제가 어릴적 옷가게 아르바이트 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만큼 패션, 그리고 뷰티에도 관심이 많았는데요. K뷰티가 세계 곳곳 알려지는 이 시기에 놓쳐서는 안될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 내 일에 제동이 걸린다면, 일을 하나 더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많은 시련에 이미 단련이 돼있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KBS 아트비전을 부산 남포, 명지에 열게 됐죠.
저희 아트비전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꿈많은 청년입니다. 제 어릴적 모습과 많이 닮아있죠. 그렇기에 같이 고민하고 배우면서 강의에 임하고 있어요. 최근엔 미용 국가고시도 치렀고요. 그리고, 모델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모델 대회에서 워킹 중인 김순라 대표 ⓒsilver i tv
Q. 어릴적 가졌던 꿈을 하나둘 이뤄가시는 건가요?
정말 그렇네요. 사실 모델은 직업의식보다는 뷰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 도전하게 됐어요. 그래서 부담가지기보다 즐기고, 성장하는 마음으로 임했고요.
시니어모델은 의지와 자신감이 있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기회를 잡고 싶은 분이라면 더욱 더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델 대회를 통해 에이전시에 발탁될 수도 있고, 그 경험을 사업적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모델에 도전하고 여러 런웨이에 서보고 나서 마음가짐, 몸가짐이 달라졌어요. 주위의 시선을 받고, 인지도가 높아지니까 스스로 내·외면을 꾸준히 가꾸게 되더라고요. 가끔 ‘연예인병 걸렸니’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웃음) 굳이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밝아진 제 모습이 정말 좋거든요. 웃을 일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모델 도전을 계기로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분들과 함께 저희 아카데미에서 직접 모델선발대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할 일이 또 생겨 기쁩니다 :)
방송 진행 후 박세민MC와 함께. ⓒ김순라
Q. 요즘 나는 ○○에 꽂혔다!
요즘 나는 나에게 꽂혔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본인을 잘 알고 관리해야 타인과도 갈등없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역량을 키운 만큼 여러 기회가 와도 놓치지 않을 수 있고요.
많은 분들이 자기를 숨기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본인이 이뤄낸 성과조차 어필하지 못한다면 참 답답하고 억울하잖아요.
요즘 제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대학 강의를 나가며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요. 그들에게도 가능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도전해보길 권유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장점들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Q.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유튜브입니다. 제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스포츠, 뷰티, 예비 시니어 모델 관련 정보들을 유튜버로서 구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니까요. 스튜디오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디제잉에도 관심이 많아서 BGM 걱정은 없을 것 같아요. 못 다 펼친 끼를 모두 방출할 예정입니다. (웃음)
ⓒ김순라
Q. 마지막으로 'N잡러'를 꿈꾸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행동하지 않으면 따라오는 것이 없습니다. 행동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본연의 재능에 집중할 것이냐, 비즈니스를 키울 것이냐. 그에 따라 범주를 나누고 하나씩 도전해보는 겁니다.
재능에 집중하다보면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시기가 자연스레 도래할 겁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해요. 잠시 빈곤해지는 시기가 있어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자기 자신과 재능을 믿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갖는다면 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N잡러’, ‘제너럴리스트’로서 생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경에 따라 한 사람이 발현해 낼 수 있는 재능의 크기도 가지각색이니까요.
제 부족한 식견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힘든 시기, 좀 더 단단히 버텨내서 승승장구하는 날들 맞이하십시오!
역대급 에너자이저 김순라 대표님!
비타민, 오메가3보다 영양가 넘치는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시대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로서
오래오래 활동해주세요!
사진 제공
김순라 님 인스타그램
@rarakim2021
written by PYO
- 스포츠, 농업, 뷰티, 모델… 전방위 멀티플레이어
- 쉽지 않았던 청년기, 인내 끝에 맺은 가지각색 열매들
- 가지고 있는 재능 아낌없이 드러내세요!
김순라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 대표 ⓒ김순라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N잡러’ 김순라입니다. 현재 KBS아트비전 부산미용학원을 운영하며 뷰티 전문가를 양성하는 동시에 농산물 유통업에도 종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시니어모델까지 도전을 했지요. :)
작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려 하지 않다보니 많은 일들을 이뤄내게 되었는데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제 재능을 조금이라도 허투로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서 제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제 긍정적 에너지가 많은 분에게 닿길 바랍니다.
Q. 어느날 갑자기 ‘N잡러’가 된 건 아닐 것 같아요. 특별한 배경이 있었나요?
저는 굉장히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이셨고 제가 교사가 되어 바른 길만 가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열망이 늘 자리하고 있었어요. 대학 진학 직전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본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델 제의를 받기도 했었고요.
그래도 가족들의 뜻을 아예 꺾을 순 없어 제 적성을 최대한 살려 체대에 입학했습니다. 교직이수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공부를 할수록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빨리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그래서 스포츠센터에 취직해 댄스, 수영 등 사회체육을 가르치는 일을 졸업 전에 일찍이 시작했어요.
스포츠 강사로 활약했던 20대 시절 ⓒ김순라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보람차고 즐거웠는데 내가 사장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는 어렸지만 포부가 좀 컸었죠. 그런 제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한 분이 제게 투자 제안을 하셨어요. 그 당시에도 정말 큰돈이었는데 별 다른 조건없이 지원을 해주신 거예요.
흔치 않은 기회죠. 감사한 마음으로 센터를 열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수강생 분들도 제 수업을 좋아해주셨고 단골들이 생겼죠. 그땐 정말 ‘내가 제일 잘나가’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2년을 하고 나니까 제 센터 앞에 대형 스포츠센터가 생기더라고요. 파격적인 회원가와 서비스를 내세우니까 당해낼 여력이 없었죠.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저를 도와주셨던 분, 단골,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죄송한 마음에 그저 주저앉을 순 없었습니다. 프리랜서 스포츠 강사로 전향을 하고 다른 센터들에서 일을 했죠. 그렇게 다시 재기에 성공하려던 차,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임신한 스포츠 강사를 반기는 곳은 없었어요.
Q. 제동을 걸어야만 하는 시기가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제 인생 중 30대는 가장 걱정이 많은 시기였던 것 같아요. 단지 결혼과 출산 때문에 하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답답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한 지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잠시 경리 업무를 봐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거절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포츠 교육이 제 천직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마냥 좋아하는 일만 좇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당장 남편의 수익만으로 양육비, 생활비를 감당하려고 하니 빠듯했던 거죠.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농산물 유통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생애 두 번째 직업, ‘농업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됐어요.
막상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야 할 요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결국 직접 재배까지 하게 됐습니다. 당시엔 흔치 않았던 어린잎채소와 새싹 재배에 도전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전업’에 대한 인식이 그리 갖춰있지 않을 때라 주위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은 것과 달리, 자리를 잘 잡은 거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닥쳤습니다. 농사짓던 작물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어요. 2002년, 태풍 ‘루사’가 부산을 강타하면서 모든 것을 쓸어버렸거든요. 정말 아찔했습니다. 계약 공급건까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피해액 뿐만 아니라 배상해야 할 금액도 어마어마했죠.
농업에 종사하면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였어요. 어렵게 복구하고 다시 시작하려는데 바로 다음해 태풍 ‘매미’가 찾아왔습니다. 하우스가 또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그땐 정말 “다 내려놓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복원된 하우스 ⓒ김순라
Q. 정말 다사다난한 청년기를 보내셨는데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현재 '프로N잡러'가 된 비결이 있을까요?
긍정적인 사고를 놓지 않았어요. 식상한가요. 그렇게 느끼시는 게 당연할 겁니다. 저 역시도 연이어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땐 정말 아무 힘이 나지 않았거든요. 친한 친구에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네 주변에 있는, 너를 위해 열심히 일 한 사람들을 생각해봐”
정신이 퍼뜩 났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니 마냥 손놓고 있을 수가 없던 거죠. 엉망이 된 농장, 하우스를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였어요. 관할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공무원, 해양경찰 등 인력지원이 되어 농장을 복구하고, 그후 농협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또 쓰러질 순 없다는 마음으로요.
대형마트나 호텔 등 거래처를 확보하며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 갔습니다. 웰빙 열풍이 불면서 어린잎채소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고요. 마침내 농업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거죠.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 다 놔버렸다면 지금의 저는 결코 없었겠죠. 무엇보다 제 곁에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20대에 첫 스포츠센터를 차릴 때도, 농업인으로서 시작할 때도 좌절할 때도 소중한 사람들이 제 멘탈을 잘 잡아주었기에 긍정적 사고가 가능했던 겁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생활이 안정되고 ‘화려한 중년’을 맞이하던 차, 코로나가 들이닥쳤어요. 자영업, 사업하시는 분들.. 모두가 힘든 시기였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거래처들의 주문이 뚝 끊겼거든요. 그렇지만 좌절하기 보다 주위를 둘러봤어요.
예기치 못한 팬데믹에도 생업을 잃지 않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들의 공통점은 ‘자기만의 기술’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기술은 무엇일까’ 천천히 고민해봤죠. 제가 어릴적 옷가게 아르바이트 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만큼 패션, 그리고 뷰티에도 관심이 많았는데요. K뷰티가 세계 곳곳 알려지는 이 시기에 놓쳐서는 안될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 내 일에 제동이 걸린다면, 일을 하나 더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많은 시련에 이미 단련이 돼있었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KBS 아트비전을 부산 남포, 명지에 열게 됐죠.
저희 아트비전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꿈많은 청년입니다. 제 어릴적 모습과 많이 닮아있죠. 그렇기에 같이 고민하고 배우면서 강의에 임하고 있어요. 최근엔 미용 국가고시도 치렀고요. 그리고, 모델에도 도전하게 됐어요.
모델 대회에서 워킹 중인 김순라 대표 ⓒsilver i tv
Q. 어릴적 가졌던 꿈을 하나둘 이뤄가시는 건가요?
정말 그렇네요. 사실 모델은 직업의식보다는 뷰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 도전하게 됐어요. 그래서 부담가지기보다 즐기고, 성장하는 마음으로 임했고요.
시니어모델은 의지와 자신감이 있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기회를 잡고 싶은 분이라면 더욱 더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델 대회를 통해 에이전시에 발탁될 수도 있고, 그 경험을 사업적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모델에 도전하고 여러 런웨이에 서보고 나서 마음가짐, 몸가짐이 달라졌어요. 주위의 시선을 받고, 인지도가 높아지니까 스스로 내·외면을 꾸준히 가꾸게 되더라고요. 가끔 ‘연예인병 걸렸니’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웃음) 굳이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밝아진 제 모습이 정말 좋거든요. 웃을 일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모델 도전을 계기로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분들과 함께 저희 아카데미에서 직접 모델선발대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할 일이 또 생겨 기쁩니다 :)
방송 진행 후 박세민MC와 함께. ⓒ김순라
Q. 요즘 나는 ○○에 꽂혔다!
요즘 나는 나에게 꽂혔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본인을 잘 알고 관리해야 타인과도 갈등없이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역량을 키운 만큼 여러 기회가 와도 놓치지 않을 수 있고요.
많은 분들이 자기를 숨기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본인이 이뤄낸 성과조차 어필하지 못한다면 참 답답하고 억울하잖아요.
요즘 제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대학 강의를 나가며 청년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요. 그들에게도 가능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도전해보길 권유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장점들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Q. 앞으로 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유튜브입니다. 제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스포츠, 뷰티, 예비 시니어 모델 관련 정보들을 유튜버로서 구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니까요. 스튜디오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디제잉에도 관심이 많아서 BGM 걱정은 없을 것 같아요. 못 다 펼친 끼를 모두 방출할 예정입니다. (웃음)
ⓒ김순라
Q. 마지막으로 'N잡러'를 꿈꾸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행동하지 않으면 따라오는 것이 없습니다. 행동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본연의 재능에 집중할 것이냐, 비즈니스를 키울 것이냐. 그에 따라 범주를 나누고 하나씩 도전해보는 겁니다.
재능에 집중하다보면 비즈니스와 연계되는 시기가 자연스레 도래할 겁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해요. 잠시 빈곤해지는 시기가 있어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자기 자신과 재능을 믿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갖는다면 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N잡러’, ‘제너럴리스트’로서 생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경에 따라 한 사람이 발현해 낼 수 있는 재능의 크기도 가지각색이니까요.
제 부족한 식견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힘든 시기, 좀 더 단단히 버텨내서 승승장구하는 날들 맞이하십시오!
역대급 에너자이저 김순라 대표님!
비타민, 오메가3보다 영양가 넘치는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시대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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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김순라 님 인스타그램
@rarakim2021
written by 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