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퇴직 후에도 인생 그래프 ‘오름’ 곡선 그리게 된 비결?

2022-06-16

퇴직 후에도 인생 그래프 ‘오름’ 곡선 그리게 된 비결?

 

-오름 전문가, ‘오름 도슨트’ 68세 이봉섭 대표

-퇴직 후 방문한 제주 오름의 매력에 ‘푹’빠져 창업 결심

-오랜 창업 준비 끝에 맞은 ‘팬데믹’, 딛고 일어서기까지.

 


 

Q1.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제주에 살고 있는 오름 도슨트 2년차, 더제주스토리 대표 이봉섭입니다.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지만 꿈과 희망이 무궁무진한 새내기 창업자입니다.

 


Q2. ‘오름 도슨트’, 아직 생소한 직업인데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요?

 

제주도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지질공원이 형성돼있지요. 그중 화산 활동의 흔적인 오름은 무려 300여 개가 있어요. 섬 자체를 ‘자연 박물관’, ‘오름 전시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박물관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해주는 사람을 ‘도슨트(docent)’라고 하죠? 즉 오름 도슨트는 오름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방문객들에게 전달하는 해설사 역할을 합니다.

 

오름은 국내에선 제주에서만 관찰되는 지리적 특성으로 숲, 식물보다 세분화된 개념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저도 오름 공부에만 1년 이상을 투자했지요. 이렇게 쌓은 지식 정보를 초행자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것이 오름 도슨트가 하는 일입니다. 오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일반 해설사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Q3. 진로 변경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반 기업에서 35년을 꾸준히 일하고 임원까지 지낸 후 퇴직을 하니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엔 동년배 퇴직자들하고 똑같이 운동하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여가를 즐기는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지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격히 무료해지는 겁니다. 허탈하기도 했고요. 불안한 마음에 여러 선배들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간 소비만 하는 게 옳은 겁니까” 씁쓸한 웃음과 함께 돌아온 대답은 “우리 나이엔 할 게 없다”였습니다. 

 

하루하루 고민만 늘어가던 그때, 우연히 지인을 통해 제주도에 방문하게 됐고 용눈이오름에 난생 처음 가보게 됐습니다. 뜻밖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기존 숲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산송이, 오름기슭 등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처음엔 제주 한 달 살기만 하고 적당히 쉬다 돌아가려 했는데 이게 미련이 남는 겁니다. 그렇게 제주 1년살이를 결심했고 그 기간 동안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오름해설사 과정을 들었습니다. 

 

 

Q4. 오름해설사 과정, 해오던 분야와 달라 많이 생소하고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신기하게도 흥미를 가지니까 어려울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제 은사님, 평생교육원 교수님이 열정을 다 해 가르쳐주신 덕분에 저도 어느새 제주도 오름에 완연히 스며들어버렸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건 현장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그때도 매 순간이 소중했습니다. “내가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 매일 피어나는 열정과 흥미에 피로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또 1년이 흘렀죠. 머물고 있는 집 계약도 끝나가고, 가족들과 약속한 기간도 다가오고…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도무지 떨어지질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아예 오름과 떨어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자.’ 다짐하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오름 도슨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게 됐고요.

 


Q5. 창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만만치 않았습니다. 추가로 얻은 1년을 꼬박 창업 준비만 하며 지냈으니까요. 관련 교육들은 빠짐없이 들으러 다녔고, 한동안 쉬었던 문서 타이핑을 다시 하려니 익숙하지 않아서 직접 펜을 들고 해나가야 할 것들을 적어내려 가기도 했습니다. 서류와 발표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혼자 힘에 부칠 땐 딸에게 SOS를 요청하기도 했지요. 저의 늦은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가족들이 없었다면 정말 어려웠을 겁니다.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한국관광공사 예비관광벤처공모전에 지원을 하고 최종 심사장에 가니 후보들 중 저 혼자 60대더라고요. 의식이 안됐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젊은 패기를 가진 청년 경쟁자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긴장감은 최대한 감추고 열심히 발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일반 회사원으로서 경험한 적 없던 새로운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예비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이 되어 사업자금까지 지원받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설렘에 정말 기뻤습니다.

 


Q6. 예기치 않은 시련도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2년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제주에서의 삶을 다져온 후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2020년 초. 팬데믹이 왔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고 있잖아요? 저 역시 속수무책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관광기업이니까요. 초기 사업 지원금도 점점 고갈되는 상황이 왔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포탈사이트, SNS 마케팅 등 제가 할 줄 모르는 것은 직원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홍보를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점차 소규모 단위의 여행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제주오름 화산체험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계절 가리지 않고 꾸준히 예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Q7. 일하시며 뿌듯했던 순간이 있나요?

 

가족팀을 대상으로 해설을 마치고 난 후 해산하려는데 초등학생 아이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라고요. “아저씨 전화번호가 왜 필요하니” 물어보니까 “오름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요”라는 거예요. 참 기특하고 귀엽지 않습니까. 그만큼 제 오름 해설이 그 학생에겐 재미있게 다가갔다고 생각하니 정말 뿌듯하더라구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부모님 따라왔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눈을 반짝이며 우리 도슨트들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 어린이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창업하길 잘 했다, 이 직업을 택하길 잘했다’ 여러 번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느끼는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습니까?

 

제게도 어린 손주가 있는데 “할아버지집에 오는게 즐겁다”하거든요. 우리 도시 아이들이 보는 풍경은 아파트, 집 앞 놀이터, 스마트폰 게임... 늘 한정적인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새로운 체험을 선사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또 열심히 일하다보니 함께 하는 동료가 여덟 분이 되었는데요. 기업에 다닐 땐 직원으로서 매달 월급을 받기만 했는데 직접 열심히 일 한 분들에게 급여를 드리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지내다 보니 퇴직 직후 안고 있던 ‘허송세월’에 대한 고민들은 완전히 사라졌죠.

 

Q8. 마지막으로, 신중년에게 나누고 싶은 창업 노하우가 있을까요?

 

제가 그랬듯,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과감하게 6개월~1년을 투자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랜 기간 생업을 함으로써 쌓아온 경험들은 청년이 가진 아이디어와는 또 다른, 막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새로 관심 갖게 된 분야를 공부하고 그 새로운 기술을 내 경험에 접목하여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못 할 게 없다고 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땐 주저하지 말고 요청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기업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임원으로 있었다 한들 퇴직을 하는 순간 평범한 일반인이 되는 거니까요. 과거의 영광보다는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개인적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년 창업 교육 프로그램은 지역별로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신중년 창업 교육 프로그램은 사실 그 수가 너무 적습니다. 중년의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이 가치를 알아봐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개인이 사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며 한계에 부딪히는 일도 줄어드리라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복된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진중하면서도 푸근한 미소로 차분히 대화를 이끌어주신 이봉섭 님!

앞으로도 제주 천연 자원오름’에서 ‘상승세’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신스틸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제공 이봉섭 대표

written by PYO

50+의 또 다른 내일, 두 번째 내 '일'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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